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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이하 “SIAC”)는 한국 기업 등 한국 당사자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아시아의 주요 국제중재기관 중 하나로, 사건 수와 분쟁금액 등에 있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SIAC은 2016년 개정 이후 10년만에 중재규칙을 개정하였으며, 위 개정 중재규칙(이하 “2025 SIAC 중재규칙”)은 2025. 1. 1.부터 효력이 발생하였습니다. 2025 SIAC 중재규칙은 개정 전과 비교하여 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1. 주요 개정사항
2. 시사점
1. 주요 개정사항
가. 긴급조치 제도의 확대 및 세분화
이번 개정을 통해 SIAC은 긴급한 권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긴급중재 절차의 적용 시점을 확대하였습니다. 중재신청과 함께 혹은 그 이후 긴급중재를 신청할 수 있었던 개정 전과 달리, 당사자는 중재 개시 전에도 긴급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신청 후 7일 내 정식 중재가 제기되지 않으면 해당 절차는 자동 종료됩니다.
또한 긴급중재 절차의 개시 여부가 상대방에게 통지되기 전, 즉 비공개 상태에서(ex parte) 일시적으로 ‘해당 임시적 또는 보전적 처분의 목적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명하는 사전보호명령(protective preliminary order) 신청 절차도 도입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금전 손실이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나. 복수 절차의 효율적 관리: ‘조율 절차(Coordinated Proceedings) 제도’ 신설
기업 간 계약 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동일하거나 밀접한 사안에 대하여 복수의 중재가 병행 진행되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하여 SIAC은 복수의 중재사건을 단일 중재판정부가 조정 ∙ 관리할 수 있는 ‘조율 절차(Coordinated Proceedings)’를 신설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두 건 이상의 중재 사건에서 동일한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고, 해당 사건들과 관련하여 공통된 법적 또는 사실적 쟁점이 문제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i) 해당 사건들을 병행하여 또는 순차적으로 진행하거나 (ii) 함께 심리를 진행하고 절차적인 측면을 조율하거나 (iii) 다른 사건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특정 중재절차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중재 사건들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조율 절차에 의할 경우, 완전한 병합(Consolidation)과 달리 각 사건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일한 쟁점에 대한 모순된 판정을 방지하는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 간소화 절차(Streamlined Procedure) 신설
간소화 절차는 SIAC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로, (i) 분쟁 금액이 백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0억 8천만원) 미만인 경우 또는 (ii) 중재판정부 구성 전 당사자들이 간소화 절차를 이용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간소화 절차가 적용되는 경우 단독 중재인이 사건을 심리하며, 중재판정부 구성 후 3개월 이내에 판정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간소화 절차에서는 문서제출 절차(document production) 및 증인진술서 제출, 심리기일 진행이 원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간소화 절차는 쟁점이 비교적 간단한 사건에서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 절차진행회의(Administrative Conference)의 도입
2025 SIAC 중재규칙은 SIAC 사무총장이 주재하는 절차진행회의(administrative conference) 제도를 새로 도입하여 중재 절차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규칙 개정 전에는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이후 개최되는 사건관리 회의(case management conference) 또는 절차준비기일(procedural hearing)에서 절차적 사항에 관한 논의가 처음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절차진행회의 제도 신설로 중재판정부 구성 전에도 중재 절차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또는 행정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 기타 개정사항
2025 SIAC 중재규칙은 신속 절차(Expedited Procedure)의 분쟁금액 상한선을 6백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64억 8천만원)에서 1천만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107억 9천만원)로 상향 조정하여 신속 절차의 적용대상을 확대하였고, 당사자의 마지막 의견 제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판정문 초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하였으며, 서면 ∙ 서증 등 중재 사건과 관련된 문서들의 온라인 제출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SIAC 전용 사건 관리 플랫폼(SIAC Gateway)을 도입하였습니다.
2. 시사점
이번 중재규칙 개정을 통해 SIAC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은 좀 더 세분화된 절차를 활용하여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SIAC을 이용하는 당사자로서는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이번 개정으로 신설된 제도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선제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절차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우 국제중재·소송 그룹은 폭넓은 국제분쟁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 다양한 법체계의 준거법에 기초하여 다수의 분쟁해결 절차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중재판정의 효율적인 집행업무도 함께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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